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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hannel: 소니, 스타일을 말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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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작가 에세이] 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아이템, ‘카메라’ by 이형기 작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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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형기(사진찍는 마케터) I 프리랜서 작가

사진을 취미로 하는 마케터이자 프리랜서 작가.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영감의 순간들을 카메라로 기록하고 매일 글로 남기고 있다. 네이버의 여행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.

▼ 이형기 작가 SNS 바로 가기(링크) ▼

블로그 / 인스타그램/ 유튜브


#프롤로그

ⓒ이형기, ZV-1 l SEL9.4-25.7 F1.8-2.8 l F4 l 1/400s l ISO 400

대학교 1학년 때 OT에서 만난 1년 선배가 사진 학회 소속 선배였습니다.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카메라가 막 나오던 시기였기에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만 알았던 저에게 디지털 카메라는 신세계와 같은 취미였죠. 사진을 찍으면 파일로 저장이 되어 LCD로 사람들에게 바로 보여줄 수도 있었기에 기다리지 않아도 됐으니까요.

너무 좋아했던 취미라 별 일이 없으면 카메라를 항상 소지했습니다.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찍기도 했고, 누군가와의 추억을 담아야 할 일이 있으면 항상 가방에서 카메라를 챙겨 다니곤 했죠. 장면을 연출해서 찍는 사진도 있었지만,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담는 스냅 사진들을 더 좋아했습니다. 내가 카메라를 들고 서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저의 프레임에 들어온 멋진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담았답니다.

덕분에 '너 카메라 갖고 다니네?' 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습니다. 한 순간도 놓치기 싫어 어디를 가나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으니까요. 이렇게 카메라와 함께 동행하며 찍은 사진들과, 주위 사람들에게 '너 사진 잘 찍는다'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이 모여 인생의 여러가지 기회들을 만들어주면서 계속해서 카메라는 제 신체의 일부가 되었습니다.

사진, 음악, 영화 감상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시대에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이 조금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. '너 카메라 갖고 다니네?' 라는 질문은 지금도 듣고 있지만, 그 때와 지금의 뉘앙스는 조금 달라졌죠. 시대가 변했음에도 '응. 나 카메라 갖고 다녀.' 라고 말하는 저의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나눠보고자 합니다.

 

#취향과 개인 브랜딩과 카메라

ⓒ이형기, A7C l SEL2860 l F5.6 l 1/30s l ISO320

우리는 취향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. ‘당신은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입니까?’ 라는 질문에 대해 그 사람의 물건을 통해 유추를 합니다. ‘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’라는 추측은 LP 음반과 턴 테이블을 통해 알 수 있고,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은 내 손목에 스마트 워치가 아닌 무브먼트로 움직이는 시계를 통해 알 수 있죠.

‘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’ 라는 추측은 카메라를 통해 이루어집니다. 기존의 취향이라고 여겨졌던 음악, 시계, 사진 모두 스마트 디바이스에 통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취향을 소유한 사람은 여전히 장비를 보유합니다.

한 단계 더 들어가면 어떤 바디와 렌즈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분화됩니다. 풀프레임 미러리스, APS-C 미러리스, 컴팩트 카메라를 쓰느냐, F2.8의 고정 조리개 줌렌즈를 갖고 다니느냐, F1.8의 단렌즈를 여러 개 갖고 다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보이기도 하지요.

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.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것은 브랜딩이 된다는 것인데요. ‘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_____ 사람이다’ 라는 것처럼 말이죠. 그렇다면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?

 

#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

ⓒ이형기, A7C l SEL2860 l F4 l 1/30s l ISO1000

A컷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사진에서 담고자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‘내가 찍고자 하는 순간을 정확히 담았는가’ 입니다. 예를 들어서 여행을 하는 중에 너무나 멋진 풍경을 봐서 이것을 찍는다거나, 내 앞에서 요리를 해주는 셰프의 모습이 제대로 담겼는가 같은 것이지요. 한 마디로 이야기를 하면 '다시 만나기 힘든 순간의 포착'을 한 사진이 저에게는 A컷이 됩니다.

ⓒ이형기, A7C l SEL2860 l F5 l 1/40s l ISO3200

최고의 카메라 역시 순간 포착을 잘 할 수 있는 카메라입니다. 기계적인 성능을 보면 초점을 내가 원하는 곳에 빠르게 잡을 수 있는가? 피사체의 심도 표현을 명확하게 해줄 수 있는가? 노출이 부족한 상황에서 충분한 셔터스피드를 계산하여 확보해주는가? 셔터스피드가 부족하면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작동하는가? 이러한 기준점들이 저에게는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. 이 모든 변수들을 짧은 시간안에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컨트롤 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계는 카메라만한 것이 없더라고요.

설렘을 갖고 떠났던 20대의 첫 배낭여행,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데이트, 나와 닮은 것이 신기하기만한 딸의 미소, 같이 늙어가는 반려자의 가장 젊은 오늘을 B컷으로 타협하고 싶지 않습니다.

 

#순간을 더 아름답게

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에 감정을 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. 주로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이런 마음이 드는데, 이럴 때 빛과 심도를 조절하게 됩니다.

ⓒ이형기, A7C l SEL50F12GM l F1.2 l 1/320s l ISO100

사진에서 빛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. 특히 역광 사진은 드라마틱한 감성을 보여주기에 빛이 보이면 컷을 담으려고 합니다. 머릿결과 옷감에 생기는 빛의 선이 잘 담긴 사진을 봤을 때의 희열은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줍니다.

ⓒ이형기, A7C l SEL50F12GM l F1.4 l 1/200s l ISO100

심도 표현은 대개 아웃 포커싱을 생각하여 피사체의 뒷배경을 날리게 되는데, 저는 피사체의 앞을 날리는 인포커싱 사진을 선호합니다. 그래서 인물이 프레임에 배치를 할 때 앞에 넣을 수 있는 보조 피사체가 있는지를 보고 셔터를 누르죠.

 

#순간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

ⓒ이형기, A7C l SEL50F12GM l F1.6 l 1/50s l ISO100

디지털 후보정을 하느냐 안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, 저는 완성도 높은 퀄리티를 위해서 모든 사진을 후보정합니다. 집에 와서 사진을 PC에 옮기고 라이트 룸을 켠 후, 파일 하나하나를 열어서 수평을 맞추고 색감을 넣습니다. 이 과정에서 셔터를 눌렀을 때의 순간들이 리마인드 되면서 그 때의 시간과 공간으로 다시 돌아갑니다.

ⓒ이형기, A7C l SEL50F12GM l F1.6 l 1/50s l ISO400

마음에 드는 사진은 대형 인화를 하여 나의 공간에 세워둡니다. 사진을 인화한다는 것이 디지털 시대로 오면서 이벤트처럼 되었지만, 원래는 일상적인 행위였지요. 6.2인치의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, 27인치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그 때의 기억들이 더 생생하게 살아납니다.

좋았던 기억은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 않을까요. 후보정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을 다시 꺼내며 그 때를 추억하고, 대형 인화를 해서 일상에서 접하는 것처럼 말이죠.

 

#마치며. 순간의 소중함에 투자하는 사람

ⓒ이형기, ZV-1 l SEL9.4-25.7 F1.8-2.8 l F4 l 1/320s l ISO400

카메라를 사용함으로 인해서 순간을 놓치지 않으며 아름답게 기록하고,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게 됩니다. 이런 생각들을 종합해보면 카메라를 쓰는 사람은 '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' 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죠.

일반적인 스마트폰으로도 대부분의 일상을 담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. 하지만 조금 더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90%의 만족도를 98%, 100%의 퀄리티로 올리는 것은 의지의 영역이지요. 어느 분야든지 의지를 갖고 에너지를 투입하는 곳에서 나 다움이 만들어집니다.

ZV-1 l SEL9.4-25.7 F1.8-2.8 l F3.5 l 1/100s l ISO400

사람마다 카메라로 찍는 피사체는 다르지만, 셔터를 누르는 마음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.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름답게 기록하여 오랫동안 추억하고 싶다면, 카메라와 함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떨까요.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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